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크루즈 주연의 영화 Minority Report에 보면
지하철(?)로 출근하는 시민들의 눈이
광고판과 마주치는 순간
광고 내용이 그 사람에 따라 변한다.
개개인 중심 사회에서 탈개성 사회로 변하고,
미래에는 아마도 다시 시스템에 의해 인정받는 개개인 중심 사회가 되나 보다.
실로 오랜만에 들은 교육,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강좌 2박 3일 과정...
그동안 내가 이해하고 있는 CRM이란,
고객의 needs에 맞춰 적시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시스템...
그리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이미 나도 모르게 CRM에 포위되고 익숙해져가다가
가끔 이를 지각한다면 약간 소름이 돋기도 한다.
자동차 보험 갱신일이 다가오면
전국 수많은 보험회사들로부터 관련 메일과 전화가 날라오고,
주 거래 백화점이 바뀌면 바뀐 백화점에서 쿠폰이 도착한다.
그래도,
은행에 가면 내가 출입하지 못하는 VIP 고객 창구가 따로 있고,
공항에 가도 VIP 라운지가 따로 있는데 나는 이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난 아직 하이클래스 고객에 속하지는 않나보다.
우리가 CRM에 익숙해져 간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정보가 나에게 specific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관심정보가 온다는 것에도 있지만,
난 번호표를 끊어서 대기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번호표 없이 VIP 창구에 가서 커피를 대접받아도
형평성을 따지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평가 받는 나의 고객 가치에 대해 그냥 수긍하는 것이다.
Marketing, Sales, Service의 Closed loop으로 이루어지는
CRM의 틀 속에서
어느새 우리는 약간의 혜택을 누리며
불공정을 수긍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고객을 간단하게 분류하면,
매출에 도움이 되는 고객, 보통인 고객, 오히려 손실을 초래하는 고객으로 나눌 수 있겠다.
마지막 고객은 marketing 대상이 아니라
Demarketing 대상이라고 한다.
될 수 있으면 떠나길 바라는 고객이다.
어느 사이트, 은행, 점포 등에서
나는 demarketing 대상으로 푸대접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기다리니까
통화하는데 오래 걸리거나,
통화가 아예 안된다면,
어쩔 수 없이 한번 의심을 하게 된다.
아마도 나보다 늦게 전화한 우수 고객은 나보다 먼저 통화가 가능했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나의 가치가 다른 사람에 의해 평가 받고 있고,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슬픈 일이다.
하지만,
복잡한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
태어날 때부터 죽는 날까지 이어지는
'평가'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묘연하기만 하다.
조금 멀더라도
나를 알아주는 수퍼에 가는 것은
아마도 새로운 평가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이 수퍼 아줌마가
나를 어떤 고객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가끔 10원 정도 깎아 주는 걸 보면
그리 나쁜 고객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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